그만큼 생존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의 입김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업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은 준전문가 소비자집단을 통해 제품 하자를 미리 발견하거나 시장에서 히트할 수 있을 지 가늠해보기도 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힘겹게 쌓은 기업의 명성이나 브랜드 가치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난공불락일 것처럼 보였던 ‘주식회사 일본’ 소니가 작년 배터리 리콜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시장 반응은 아주 냉랭했고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S&P마저 ‘수익성과 성장성 불투명’이라며 장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비단 리콜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명성’에 흠집을 낸 것만큼은 분명하다. 기력을 회복, 옛 영화를 찾으려던 소니에는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이 돼버렸다. 리콜 비용도 부담이지만 소비자의 외면은 치명적이다. 기업의 이미지 실추를 가져올 뿐더러 판매량 급감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소니는 품질관리 등 기본이 흔들리고 스피드 경영에 치중하다 큰 손실을 입었다”고 충고한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소비자의 불만을 숨기거나 무시할 때 기업으로 돌아올 타격은 분명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기업의 안일한 대처나 미봉책만으로는 소비자의 엄혹한 심판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같은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각종 소비자 단체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소비자를 위한 인터넷 매체까지 등장했다. 복잡다기한 사회 구조에서 시대적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기업은 생명줄을 놓아야만 한다. 각종 첨단기기들이 사이클을 단축해가며 쏟아지고 있다. 시장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있고 소비자 커뮤니티의 위력과 파괴력은 엄청나다. 무한경쟁시대에 내몰린 기업들은 고객의 충성도를 유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고객 마케팅 활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항시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이른바 열린 고객접점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경영에서 고객은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최종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전략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21세기 기업의 승패는 창조적·혁신적 주도권을 가지고 기술과 제품, 시장을 이끄는지에 달려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합리적 가치사슬이 형성될 때 그리고 경제 주체로서의 소비자 주권이 힘을 받을 때 건강한 시장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기업도 진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